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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5 WED
 
‘사불’ 양경원, “늘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라” [스타@스타일]

춤과 노래가 좋았다. 좋아하는 것을 좇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앞길 창창한 이십 대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학로 소극장 무대 위에 오르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또 연기에 대한 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늘 질문을 던졌다. tvN ‘사랑의 불시착’ 북한군 상사 표치수 역을 맡아 ‘신스틸러의 정석’을 보여준 배우 양경원(38)의 이야기다. 북한군보다 더 북한군 같은 외모에 완벽에 가까운 북한말을 구사하며 극 중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양경원은 손예진과 ‘티키타카’ 케미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데뷔 10년 차지만 작품을 마친 지금도 극단 선, 후배들과 모여 연기 공부를 한다는 그는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단다.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 흔적과 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연기의 참맛을 아는 배우 양경원이 만들어 낼 또 다른 표치수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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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화보 촬영인데도 잘 소화하시던데요.
▲ 저를 위해 이런 콘셉트를 준비해주신 것을 보니 황송하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어떻게 찍을까 막연하게 고민을 했는데,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끌어 주셔서 즐거웠어요. 짧은 순간에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보니까 연기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Q tvN ‘사랑의 불시착’이 큰 사랑을 받았죠.
▲ 정말 감사함이 컸어요. 이렇게 작품을 마치니 섭섭한 마음도 크고요. 배우, 스태프분들과 함께하면서 현장도 정말 즐거웠는데, 끝을 보고 달려가는 입장이라 그런지 종방 한 달 전부터 아쉽더라고요. 아쉬움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은 감사함이었어요. 좋은 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고마웠고 또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게 되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표치수란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아쉬움과 감사함이 공존해요.

Q 작품이 끝난 휴식기는 어때요?
▲ 집과 현장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가, 집에만 있으려니 어색했죠. 하하. 한동안은 인터뷰도 하고 분주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물론 마냥 편하진 않고 해야 할 것을 안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불안함도 느껴지고요. 그래도 충전의 시간은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드라마가 시청률 1위로 막을 내렸잖아요. 인기를 좀 실감하나요?
▲ 요즘 길가에 다니시는 분들 보면 모두 마스크를 쓰고 계시잖아요. 저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도 알아보시더라고요. 스스로 평범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거든요. 하하. 그런데도 알아봐 주시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해요. 무엇보다 배우 양경원이 아니라 제 배역으로 저를 기억해주시는 것이 정말 영광이에요. 작품 속 배역으로 이미지가 각인되면 다음 배역을 받았을 때 더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데 오히려 저는 도전 의식이 생기면서 다음 작품이 더 기다려져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 순간들이 설레고 기뻐요.

Q 독특한 북한군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한 노력도 대단했을 것 같아요.
▲ 외양적인 노력은, 이미 제가 가진 비주얼을 감사히 여기면서 (웃음). 촬영할 때는 메이크업을 따로 하지 않고, 태닝으로 톤만 좀 낮췄죠. 남한으로 내려오는 신을 촬영할 쯤에는 태닝을 중단하고 촬영에 임했고요. 장소나 분위기에 맞춰 피부 톤만 조절했어요. 표치수의 흉터도 처음에는 굉장히 컸어요. 그런데 인상이 좋지 않은 데다가 흉터까지 크니까 작가님께서도 과유불급인 것 같다고 하셔서, 상처 크기를 좀 줄이게 됐죠. 초반에 찍었던 영상은 CG로 줄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외적인 것도 많이 준비했지만, 내면적인 고민이 좀 더 중요했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제가 본 표치수는 나약한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강한 척, 무서운 척, 괜찮은 척을 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행동들을 무의식 속에서 드러내거든요. 치수가 암만 애를 써도 밉지 않고 본심을 숨기려고 해도 시청자들은 그 의도를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무의식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군요.
▲ 제가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하는 방식이 편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편한 방식을 선택하면 결과물이 그렇게 맘에 들지 않더라고요. 불편함을 즐기면서 불편한 채로 연기를 하는 것이 더 좋아요. 표치수는 양경원이 아니잖아요. 저와 똑같은 인물이 아니니까 연기를 하기에 당연히 불편하죠. 하지만 그 불편함이 연기자로서 제가 즐겨야 할 요소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Q 그만큼 캐릭터를 분석하고 빠지게 되면, 그 역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배우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배역에서 바로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그게 양경원이라는 배우를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 배역 안에 계속 들어가 있으면 힘들잖아요. 각 방법에 대한 장단점은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런 방식이 잘 맞더라고요.

Q 실제로 양경원이 표치수를 만났다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 친해지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곁에 두고 싶은 친구겠죠? 왜냐면 옆에 있으면 절대 심심하지 않을 것 같고 저라면 치수의 본심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배신하지 않고 그 배신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친구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존경하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도 표치수란 캐릭터를 사랑해주지 않으셨을까요?

Q 서울 태생이라 들었는데 북한말을 구사하는 모습은 거의 네이티브 수준 같아요.
▲ 처음엔 북한말을 배우는 게 정말 어려웠죠. 그래도 촬영장에는 늘 북한말 선생님이 있었고, 대본 자체도 북한말로 쓰여 있었어요. 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선생님을 뵙고 대본 리딩도 함께 했어요. 선생님께서 대사를 직접 녹음해 주시면 계속 듣고 연습해서 검사받고 반복하면서 맞춤식으로 배웠어요. 선생님께서도 캐릭터에 맞춰서 대사를 도와주셨고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죠.

Q 손예진과의 특급 케미도 빛을 발했는데, 워낙 스타인 배우와의 촬영에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 손예진과 양경원이라는 관계로 보면, 양경원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사이죠. 근데 첫 촬영부터 예진 씨는 윤세리였어요. 그리고 저를 표치수로 바라봐 주니까 연기할 때는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엔 ‘저 사람을 어떻게 밉게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딱 슛이 들어가니까 얄밉게 보이더라고요. 대선배이자 대스타인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하는 것도 감사하지만 상대 연기자를 위한 배려와 배우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오롯이 잘 갖춘 상대와 연기하는 것도 영광이죠. 예진 씨뿐 아니라 표치수로서의 고민만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다른 배우들에게도 정말 감사했어요. 연기하면서 오롯이 표치수로서 사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거든요. 거의 매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연기하며 내가 어떻게 보여야겠다는 고민이 들지 않는 순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치수의 표정이 그렇게 다양한 줄 몰랐어요. 만일 그게 준비된 것이었다면 보시는 분들도 아셨을 거에요. 누가 봐도 연기처럼 느껴졌을 테니까요.

Q ‘북벤져스’로 불리던 극 중 5중대 대원들과의 호흡도 돋보였어요.
▲ 너무 고마운 동생들이죠. 나이만 많은 저를 형으로서 존중해주고 따라와 주고, 사람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성에 사랑스러움까지 가지고 있는 친구들인데, 무엇보다 동료로서 제가 신뢰하게 되고, 존경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배우로서 고민해야 할 것들을 충분히 하고 있고, 연기할 때는 상대역인 저를 표치수 자체로 대해주니까 정말 좋았죠. 이제는 작품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더 많이 나누게 됐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선물 같은 동생들이에요.

Q 건축 설계를 하던 직장인에서 배우가 된 계기도 궁금해요.
▲ 평소에도 춤과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요. 대학에선 건축을 전공해서 직장 생활도 그 분야에서 일하게 됐죠. 그러다가 문득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됐을 때 비로소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늘 머릿속으로만 맴돌던 일을 결심하게 된 거예요.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극단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죠. 사실 연기에 대한 뜻보다는 춤과 노래를 좋아했고 그걸 충족시킬 수 있는 무대는 뮤지컬 무대라고 생각해서 데뷔는 뮤지컬로 시작했죠. 그러다가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봤어요. 첫 대학로의 작품이 지금 극단의 작품인 ‘거울 공주 평강 이야기’였어요. 그 이후 작품이 극단 단원으로서 함께 하게 된 ‘나와 할아버지’라는 연극이었는데, 이때부터 연기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고민과 흥미, 재미를 찾게 됐어요.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느꼈고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선배들이 밟아 간 자리를 따라 저도 자연스레 쫓아갔죠. 작년에는 tvN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고 올해는 ‘사랑의 불시착’에 합류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연기에 대한 고민에 확신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고민하고 훈련해도 되겠다,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긴 거죠. 그래서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극단 사람들과 외부 배우들과 수업을 해요. 연출 형의 지도하에 워크숍도 하고 연기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즐기면서 연기 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고, 혹여나 나태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공부해야죠.

Q tvN ‘수미네 반찬’에도 출연했어요. 첫 예능 출연, 어렵지 않았나요?
▲ 사실 저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출연하게 된 건데, 하하. 결정하기 전에 보니까 요리를 배우고 만들어서 같이 먹는 게 주된 것 같더라고요. 소위 말하는 분량을 위한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사실 제가 입담이 좋거나 웃기는 사람은 아니 거든요. 그래서 예능은 그런 의미에서 부담스럽고 어려운 장르예요.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은 그런 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출연하게 됐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전에 아내가 김수미 선생님과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수미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아직도 감사히 여기고 있거든요. 그래서 꼭 그 프로그램은 나가면 좋겠다고 해서 나갔어요. 인사도 드릴 겸 같이 촬영장에도 갔고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고 올해 꼭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무얼까요.
▲ 표치수가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다른 아무개라는 제 배역이 오랫동안 사랑 받았으면 좋겠고요. 물론 배우로서 제 이름 석 자를 알려서 새로운 기회들을 얻게 되는 게 감사하고 또 맞는 이야기지만 다만 제 바람은 제가 앞으로 맡게 될 캐릭터들도 치수처럼 그 캐릭터로 불리고 한동안 회자되길 바라요. 배우로서 저의 흔적과 자취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싶어요. 그게 배우로서 저의 목표 지점이에요. 길고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고 좋은 영향들을 대중들에게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는 표치수와는 다른 색깔의 아무개를 만나 또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에디터 박승현 스타일링 박승현 인터뷰 박승현 포토그래퍼 이경진 헤어 마준호 메이크업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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