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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TUE
 
게이오대 출신 후지이미나, “한국드라마 보려고 제2외국어로 한국어 선택” [화보&인터뷰]

일본 출신 배우 후지이 미나(29)는 5년 전, 한국 활동에 신호탄을 올렸고 현재까지도 연기와 예능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국적인 이목구비로 촬영 스태프들 사이에서 ‘혼혈아가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순수 일본 혈통이라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인형처럼 예쁜 그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일본 데뷔 12년 차, 한국 데뷔 5년 차를 맞이한 후지이 미나는 늘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줄곧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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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MBN ‘신동엽의 고수외전’ 등 예능 활동을 많이 했어요.
▲ 예능은 정말 쉽지 않아요. 평소 낯도 가리고 말도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예능에 나가면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을까’를 많이 찾는 편이에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을 말할 수 있어 좋았어요. ‘신동엽의 고수외전’은 한국인이 해도 어려운 프로그램일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 외국인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 또 일본에서 경험했던 것 등에 대해 말하려 해요.

Q ‘신동엽의 고수외전’은 특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 주제가 정해지면 관련 내용을 많이 찾아봐요. 알고 있는 내용, 말하고 싶은 것 등도 메모를 많이 해둬요. 아는 것도 촬영할 때는 막상 생각이 안 날 수도 있거든요. 또 내용뿐만 아니라 한국어 공부도 많이 해요. 고급 어휘도 많고 생소한 용어들도 많아서요(웃음). 예전보다 한국어가 편해지긴 했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고수님들과 함께 하니 공부가 많이 되더라고요. 대본도 열심히 보고 프로그램 다시 보기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나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단어 뜻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있어요.

Q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게스트로 출연한다면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 제 친구들은 한국에 너무 자주 와서 새로울 게 없을 거에요. 만약 한국을 한 번도 안 와 본 친구가 있다면 찜질방을 데리고 갈래요. 여행 개념으로 가는 곳은 아니지만 한국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살아 있는 곳이잖아요. 또 요즘같이 추울 때 가면 몸도 녹일 수 있죠. 한국의 겨울이 굉장히 춥잖아요. 한국 활동 초반에는 추위 때문에 좀 힘들었는데 찜질방으로 피신 가는 방법을 알게 돼서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웃음).

Q 한국 활동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요?
▲ 대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웠어요. 그때는 한국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즐겨 보는 한국 드라마를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배웠어요. 그러다 우연히 SBS ‘드라마의 제왕’에 출연하게 됐어요. 즐겨보던 한국 드라마 세계를 다룬 이야기라 촬영 내내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그 마음이 계속 이어져서 여지까지 왔어요.

Q 일본에서 배우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게 우선 아닐까요?
▲ 제 주위에도 “한국이나 일본, 한 쪽에서 자리를 잡고 활동해야 인지도가 확 올라가지 않을까?”하고 조언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배우이다 보니 언어를 떠나 좋은 작품을 찾아 내가 할 수 있고 잘 맞는 일을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인기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어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싶은 게 유일한 욕심이에요.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폭넓은 역할로 활동하고 있어요. 올 봄 제가 출연한 일본영화 ‘데스노트: 더 뉴 월드’가 한국에서도 개봉해 한국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Q 한국 작품에서 역할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 언어가 아직 부족하다 보니 한국 드라마에서 한국인 역할에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행동인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하면서 천천히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한국과 일본의 촬영 현장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 예능으로 따지면 한국은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촬영하면서 편집으로 재미있는 컷들이 모이는 느낌이고, 일본은 주로 짜인 대본대로 진행돼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찍을 수 있어요. 일본에서 먼저 데뷔하긴 했지만 예능은 한국에서 처음 해봤거든요. 이후 일본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대본에 없는 말을 하니 현지 MC 분들이 놀라더라고요. 일본은 다르구나 싶었어요. 예능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방법을 한국에서 배워 오히려 일본에서는 좀 어색했죠.

Q 드라마 현장은 어떤가요?
▲ 한국 드라마는 방송 분량이 일본의 2배다 보니 촬영 현장이 굉장히 바빠요. 일본에서 드라마를 찍으면 ‘여유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반면 일본은 리허설을 굉장히 자주 하거든요. 안심되는 부분도 있지만 본 촬영 때 신선함이 없어지기도 해요. 한국은 리허설을 자주 할 수 없어 대본을 보며 연구를 많이 해요. 두 곳 모두 장단점이 있어 촬영 환경에 맞춰 스스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한국 활동 초반에는 테스트 컷이라 생각하고 ‘이거 찍은 거 아니겠지? 리허설이겠지?’하고 기다렸는데 촬영이 끝나버린 거예요(웃음). 당황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익숙해졌고,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하는지 조금은 알아요.

Q 일본 팬과 한국 팬의 특징도 많이 다르지요.
▲ 일본은 연예인을 봐도 멀리서 지켜봐요. 다가오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예요. 그런데 사실 제가 느끼잖아요. ‘저 사람이 날 바라보고 있구나. 그런데 망설이고 있구나’ 하는 게 눈에 보여서 미안하고 고마워요. 한국 팬들은 바로 바로 와요. 외국인인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알아봐 주고 응원해줘 무척 고마워요. 두 나라 팬들 성향은 다르지만 감사한 마음은 같아요.

Q 일본에서 명문대로 손꼽히는 게이오 대학교에서 인간과학을 전공했어요. 한국에서는 좀 생소한 학과예요. 어떤 걸 배웠나요?
▲ 일본은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없어요. 그래서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학과를 찾던 중 인간의 의식을 배울 수 있는 문학부에 들어가게 됐고 그 중 전공한 학과가 인간과학이에요. 쉽게 말해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대해 공부하는 학과예요. 실제로 대본을 볼 때나 캐릭터를 구성할 때 도움 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이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까라고 접근하기보다는 ‘이 캐릭터의 심리는 뭘까?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이 친구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거야’라고 예측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요.

Q 내년 개봉 예정인 김기덕 감독의 ‘인간의 시간’에도 출연했죠. 심리를 다루는 영화라 함께 하는 작업이 굉장히 흥미로웠겠어요.
▲ 꽤 철학적인 작품이에요. ‘인간의 시간’은 본능과 지향하는 지점, 도덕과 윤리의식 등 서로 다른 인물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영화에요. 캐릭터 준비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라 심리 분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리딩 때 “이러지 않을까” 하고 말하면 “음,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이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어?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미나 씨가 알아서 해봐”라고도 해줬죠. 배우로서 즐거웠어요.

Q SNS를 보니 여행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 한국 나이로는 서른 살이지만 일본 나이로 29세에요.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죠. 20대가 가기 전에 새로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연예계 활동을 하다 보니 여행을 많이 못 다녔어요. 감성을 위해, 연기를 위해서도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걸 느꼈어요.

Q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에요?
▲ 먹는 거요.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뉴욕에서도 제주도에서도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것만 먹으러 다녔어요. 웬만한 성인 남성 못지않게 많이 먹거든요. 미식가는 아닌데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회사에서 접시에 코 박고 먹는다고, 정준하와 먹어도 꿀리지 않을 정도라고 해요(웃음).

Q 그렇게 많이 먹는데 어쩜 이렇게 날씬해요?
▲ 원래 살찌는 체질이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은 나이를 먹다 보니 군살이 조금씩 붙더라고요. 또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껴 근력 운동을 해볼까 해요. 헬스장을 잠깐 다녀보긴 했는데 갇혀 있으니 답답하더라고요. 가볍게 뛰거나 러닝을 해볼까 싶어요.

Q 쉴 때는 주로 뭘 하나요?
▲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한국 영화 티켓 값이 일본보다 저렴해요. 한국 돈으로 따지면 일본 영화 티켓은 2만 원 정도예요. 한국 분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보니 영화가 재미있다는 평이 많으면 절대 실패가 없죠. 한국 영화는 사극만 아니면 대체적으로 내용 이해는 되고, 연기적으로도 공부가 많이 돼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인데, 영어로 듣고 한국말 자막을 읽다 보니 언어적으로 좀 복잡하고 어렵긴 하지만 양쪽으로 언어 공부가 되는 것 같아 일부러 그렇게 보고 있어요.

Q 한국 생활에 큰 힘이 되어주는 친구는요?
▲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언니요. 사람이 정말 좋아요. 언니를 만나면 늘 즐겁고 재미있어요. 일본인이라 뭔가 힘이 되기도 하고요. 언니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일본 얘기가 나와요. 요즘 일본에서 뭐가 유행이더라 하면서 정보도 공유하죠. 사유리 언니는 안 맞는 사람들이 없을 거예요. 계속 상대방을 맞춰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센스가 있어요. 그리고 언니가 워낙 아는 분들이 많아요. ‘신동엽의 고수외전’에 출연하는 김태훈 씨,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에 함께 출연한 독일인 다니엘 씨에게 저를 잘 부탁한다고 연락했더라고요.

Q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나요?
▲ 데뷔한 지 일본에서는 12년, 한국에는 5년이 조금 지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어릴 때부터 줄곧 했지만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이 더 들어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더 이상 신인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계속 활동하고 싶으니 어려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역할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계속 찾아야 해요.

Q 20대와 30대의 경계선에 서 있어요.
▲ 삶의 방식에 대해 의식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29세가 되니 ‘와~ 나는 이제 20대가 아니구나’하는 느낌이 갑자기 들었어요.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더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30대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참 행복한 20대를 보낸 것 같아요. 좋은 이들과 함께 했고, 상상도 못 했던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스무살 때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으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거든요. 우연히 하게 됐고, 해보니 재미있고, 그래서 행복했어요. 30대가 되어서도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Q 한국 활동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리자면요?
▲ 10점 만점에 4점이요. 재능과 센스를 두루 갖춘 한국 연예인들이 굉장히 감동받을 때가 많아요. 또 ‘내가 아직 못하는 게 너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부족하니 앞으로 열심히 하자는 희망의 뜻으로 4점 정도 주고 싶네요.

Q 앞으로 계획된 활동이 있나요?
▲ 김기덕 감독의 ‘인간의 시간’이 내년 상반기쯤 개봉 예정이에요. 올해 촬영은 마무리했고요. 최근에 ‘비눗방울’이라는 일본 영화가 한국영화제에 초대받았는데 한국에서 정식 개봉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또 일본과 대만 합작영화를 지난해 가을쯤에 찍었는데 일본에서 올 연말에 개봉해요.


진행 정수미 인터뷰 정수미 스타일링 서하영 포토그래퍼 이경진 비하인드 포토그래퍼 정유진 헤어 윤서하(순수) 메이크업 고우리(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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