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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9 FRI
 
윤박의 나른한 오후 [화보&인터뷰]

서른한 살의 윤박은 아직도 청춘 특유의 산뜻함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순박하게 배시시 웃어 보이기도 하고 인터뷰 내내 계산된 문장이 아닌 그때그때 떠오르는 말들을 투박하게 꺼내 놓기도 했다. 반려견 자랑을 해달라는 말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멀리 놓아둔 스마트폰을 가지러 뛰어가기도 했다. 이 배우, 자신을 포장하는데 흥미가 없어 보인다. 그의 풍경이 참 수수하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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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연극 ‘3일간의 비’가 호평 속에 막을 내렸어요.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뭔가요?
▲ 오만석 선배가 연출한 작품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님이세요. 어려서부터 항상 선배를 지켜봐 온 터라 배우로서의 능력과 연출가로서의 자질을 잘 알고 있었죠. 선배가 2015년 ‘트루 웨스트’라는 작품도 연출했는데 사실 그때도 불렀지만 잡혀있던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어요. 이번 ‘3일간의 비’에 다시 한 번 불러줬어요. 선배에게 저와 한 번도 작업을 안 해봤는데 어떤 이유에서 두 번이나 캐스팅하려는지 물어봤어요. ‘윤박이란 배우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그 말에 ‘이 믿음에 보답을 할 수 있을 만큼 잘 준비해 무대에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배우가 아닌 연출가로서의 오만석은 어떤가요.
▲ 모든 부분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능력자예요. 물론 연출의 역할이지만 본업은 배우잖아요. 조명부터 무대, 의상, 연기, 극의 톤과 구상, 심지어 대본 번역과 각색 능력까지. 어설프게 하는 게 아니라 전부 다 아우를 수 있는 연출가예요. 그리고 배우들 의견도 존중해줘요. 연출의 권위보다 함께 연습하는 동료 같은 느낌이에요. 공연 끝나면 술도 많이 사주셨고요.

Q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두 시대를 연기했죠. 아버지인 네드와 아들인 워커를 맡았어요. 무대에서 1인 2역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 연습 과정이 있었기에 무대에서 다른 캐릭터로 전환은 크게 문제가 없었어요. 대신 워커를 연기할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네드는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워커가 겉으로 보기에는 되게 예민하고 날카롭고 제멋대로지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상처가 있거든요. 그런데 대본에서는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이 캐릭터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가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그리고 네드는 표면적으로 말을 더듬는 인물이라 호흡을 많이 써서 몸이 되게 아프더라고요. 계속 힘이 들어가니 육체적으로 좀 힘들었죠.

Q ‘3일간의 비’는 결국 아버지와 자식의 이야기예요. 평소 아버지 사랑이 남다르기로 유명한데 이해 가지 않은 부분은 없었나요.
▲ 이 극의 주된 내용은 ‘아버지가 나한테 왜 그랬을까’ 이거예요. 그래서 아버지의 과거와 흔적을 찾아 다니며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구나’고 알게 되죠. 그런 것처럼 옛날에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몰랐는데 크면서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저는 생각하는 게 단순해서 행동보다 말로 하는 스타일이고, 또 말로 해야 알아듣는데 아버지는 말수가 별로 없어요(웃음). 말을 하지 않으니 어렸을 때는 몰랐던 거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는 ‘말이 아닌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됐어요.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희생을 많이 했어요.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버지가 희생으로 잘 키워준 덕분이에요.

Q 드라마에서 주로 젠틀하고 반듯한 역할을 맡았어요. 이미지 변신을 꿰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남들에게 보여주는 이미지 변신보다 스스로 역할을 맡고 싶은 게 더 커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도전을 하는 게 재미있어요. 무대는 소중한 곳이어서 무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1년에 한 번씩 연극 무대에서 서는 게 목표거든요. 그런 목표에, 평소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택한 것이 이 시점에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Q 연극의 매력은 뭘까요.
▲ 현장성이 강하잖아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바라보는 관객들이 있고 그 반응에 따라 또 변하고, 한 번 시작하면 쭉 가야 하는 지속성도 있고요. 긴장감이 정말 좋고 재미있고, 또 힘을 얻어요. 연습 기간에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죠. 연극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러거든요. 그런 대화를 하면서 함께 술자리도 많이 해요. 어제도 공연 끝나고 함께 술 마셨어요(웃음).

Q 네이버TV ‘마술학교’와 10월 초 방송될 JTBC ‘더 패키지’를 소개해 주세요.
▲ ‘마술학교’는 각각의 이유로 마술을 배우러 온 네 사람과 마술학교 선생님이 얽히면서 생기는 이야기예요. 마술사인 형을 찾기 위해 마술 학교로 간 제이라는 역할을 맡았어요. ‘더 패키지’는 여행사의 여행으로 만난 가이드와 패키지 여행객들의 이야기예요. 아직 이유를 밝힐 순 없지만 의문의 추적자로 나와요.

Q 실제 본인 성격과의 싱크로율은 어때요?
▲ 크게 보면 제이와 의문의 추적자는 성향이 비슷해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것만 보고 가죠. 한마디로 시야가 되게 좁은 캐릭터예요. 안하무인 같은 느낌도 있고요. 둘 다 직선적인 성향이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이는 정말 맞지 않고, 의문의 추적자가 좀 더 비슷한 것 같아요. 거칠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투박한 인물이거든요.

Q ‘더패키지’의 해외 로케이션 중 즐거웠던 추억이나 좋은 기억 같은 게 있나요.
▲ 해외 촬영 일정이 50일 정도였어요. 마지막 2주 정도 파리에 있을 때 빼고는 한적한 시골 에 있었어요. 정말 촬영밖에 할 게 없었죠. 그래서 촬영이 끝난 뒤 다음날 스케줄이 늦은 시간에 있거나 혹은 없을 때 배우들끼리 함께 숙소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눈 게 전부예요.

Q 여행은 좋아하나요.
▲ 여행을 많이 가보진 않았어요. 그런데 다녀와보니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여행을 가면 견문과 사고가 넓어지고 사람이 커진다고 하잖아요. 그 말을 좀 이해하게 됐어요. 말 한 마디 안 통하는 곳이었는데도 어떻게 해서든 뭐라도 사 먹고 지하철도 혼자 잘 탈 수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서울가면 뭐든 다 할 수 있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3-4일 정도 여유 시간이 나서 제주도를 가려고 맘을 먹었는데 스태프가 ‘성수기라 어딜 가나 사람 많고 밥 한 번 먹으려면 줄 서서 먹어야할 걸요?’ 라고 해서 바로 계획을 접었어요. 저는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해요. 그래서 월드컵도 집에서 봐요(웃음)

Q SNS를 보니 반려견들을 위해 직접 요리도 하더라고요.
▲ 내가 다이어트할 때만 그래요(웃음). 다이어트할 때 개들에게는 최고의 기간이죠. 건강식을 주거든요. 계란을 삶아 노른자는 강아지들을 위해 남겨요. 요즘 생각만 하고 실행에 못 옮기고 있는 게 있는데, 우시장에 가면 소 힘줄을 그냥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받아 건조시켜 주면 되는데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어요.

Q 애견 자랑을 하자면.
▲ 얘들이 정말 착해요. 물지 않아요. 또 친화력이 좋아요. 사람도 다 좋아하고 똥오줌 잘 가리고 산책 갔을 때도 잘 다녀주고요. 그런데 집에서만큼은 얘들이 힘을 좀 덜 썼으면 좋겠어요. 에너지가 상당해요(웃음).

Q 다이어리도 쓴다고 하던데 감성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 다이어리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기록이에요. 감정을 적는 것보다 그날 뭘 했는지에 대해 써요. 일주일 전에는 뭘 했는지 한 달 전에는 뭘 했는지 보는 게 재미있어요. 휴대전화 캘린더에 주로 기록하는데 보기도 편하고 적기도 쉬어요. (휴대폰을 보며) 어디 보자, 작년 9월 7일에는 프랑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생말로라는 곳에 가서 해산물을 먹었네요. 어? 저 기억나요. 바닷가 앞에서 먹었어요.

Q 의경홍보단 시절 가요 커버 댄스를 췄고, 대학가요제도 출전한 이력도 있어요. 가수로서 끼를 펼치고 싶은 꿈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춤 못 춥니다. 노래 못 부릅니다(웃음). 시키니까 했어요. 소속사가 JYP라 가수 연습생에서 연기로 전환한 건 아닌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던데 전혀 아니에요. 가수로서의 끼는 절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Q 독특하고 엉뚱한 면들이 많더라고요. 소속사에서 예능 출연을 금지시키려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럼에도 가끔 출연하고 있어요.
▲ 금지령은 얼마 안 됐습니다. ‘더 패키지’ 홍보 관련해서 조만간 또 볼 수 있을 거예요. 하하. 예능은 재미있지만 양날의 검이라 지양하고 싶은 게 있어요. 별로 깊게 생각하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생각 없이 비춰질 수 있으니까요.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뭐예요?
▲ 예전에는 대본이 좋으면 다 참여를 하고 싶었어요. 요즘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연기하면서 스스로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이전까지 대본을 봤다면 이제는 역할을 보는 거죠. 방향이 조금 달라졌어요. 드라마에서 비슷한 역할들을 많이 해 온 터라 역할에 대한 갈증이 좀 있던 것 같아요. 많은 다양한 역할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순둥순둥한 청년도 좋고, 망나니나 사이코패스도 해보고 싶어요.

Q 드라마는 대중성 있는 작품을,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장르나 캐릭터 선택의 폭이 넓더군요. 연극과 영화로 연기의 갈증을 해소했을 것 같은데요?
▲ 돌이켜보면 역할로 해소한다기보다 장르로 해소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어요. 드라마 현장에만 있다 보니 지쳐있던 부분들을 영화나 연극 같은 새로운 현장에서 다시 힘을 얻고 싶었어요. 무대 작업을 하면서 환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 다른 느낌도 받고요. 장르적인 부분이 컸어요.

Q 독립영화나 단편 영화에 출연한 것도 같은 이치일까요?
▲ 선호도의 문제는 아니었고 그 시기에 독립영화나 단편 영화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회사의 배려도 있었고요. 영화의 규모를 떠나 스토리나 역할 자체가 충분히 좋은 것 같아서 합의가 이뤄진 거죠.

Q 작품 종영 후에도 출연 배우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데, 가장 잘 맞는 배우는 누구예요?
▲ ‘내성적인 보스’를 함께 했던 연우진 형이요. 배려가 있고 남을 위해주는 마음이 있어요. 웃고 떠들다가도 연기에 집중해야 때는 바로 몰입하고요.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하는 형이다 보니 나도 그 속에 있으면서 ‘이 형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싶어요.

Q 최우식 씨는 ‘윤박 형이 너무 착해서 조금 못되졌으면 좋겠다’고 했던데.
▲ 하하. 한때는 주위에서 ‘순박’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데뷔 전이나 후나 딱히 바뀐 게 없어요. 배우로서 작품 선정 기준이 조금 변한 것 말고요.

Q 데뷔 이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느꼈는데 난 일을 해야 되는 사람임을 확실히 느꼈어요. 쉬는 날을 잘 활용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쉬면 안 되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Q 늘어지는 자신의 모습이 싫은가요?
▲ 너무 늘어지니까요. 적당히 늘어져야 되는데(웃음). 그래도 일하는 와중에 하루정도 쉬는 날은 행복해요.

Q 데뷔 때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누구나 같이 작업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더불어 지금은 여든 살까지 배우 하는 게 목표고요. 그러려면 제 스스로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고 연기도 계속 성장을 해야겠죠. 사람들과의 관계도 너무 모나지 않게 해야 할 것 같고요. 여든 살이 목표고 올해 서른하나니 아직 반도 못 온 것 같네요(웃음).


진행 정수미 인터뷰 정수미 스타일링 서하영 포토그래퍼 이경진 비하인드 포토그래퍼 정유진 헤어 최용환(바이라 뷰티살롱) 메이크업 엄아영(차홍아르더)

문의 노앙 02-755-6557 로켓런치 02-2263-7389 비욘드클로젯 02-6049-461 소윙바운더리스 070-7622-0553 자라홈 02-546-7326 프라이브 스푼스 클럽 02-544-1398 프롬 더 예스터데이 02-543-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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