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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9 FRI
 
[★인터뷰]이병헌 “할리우드, 단 한번도 꿈꾼 적 없다”

소년이 웃고 있다. 40대 소년이다. 이병헌은 ‘광해’ 왕이 아닌 소년, 왕자처럼 웃었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인쯤 됐던 90년대 하이틴 스타 이병헌의 싱그러운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그는 늘 강조한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하이틴 스타에서 월드스타가 되기까지 “나는 꿈이 없었노라”고. 단 한 번도 꿈을 꾼 적 없다. 다만 현재에 치열할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병헌은 멋지게 화보 촬영을 마치고도 며칠 전 빅뱅 탑(본명 최승현)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 컨디션과 얼굴이 엉망이라며 엄살을 부렸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인연으로 친해진 탑과는 나이 차이가 열일곱 살이나 나지만 서로 잘 통하는 친구 같다고 했다.

“승현이는 평범하지 않은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승현이랑은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해요. 그건 아마 좋아하는 게 비슷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둘 다 영화 좋아하고 커피 좋아하고 와인 좋아하고… 취미가 같아서겠죠.”

올해로 데뷔 23주년을 맞는 이병헌은 여전히 최승현과 대화가 통할 만큼 소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23년 전인 스무 살 때나 23년 후인 지금이나 고른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백만 불짜리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 할리우드 핸드프린팅 부러워한 소년 17년 후 손도장 찍다

할리우드에 놀러 갔을 때 스타들이 찍어놓은 손도장 위에 자신의 손을 대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스물다섯 살 때쯤 그랬던 그가 17년이 흐른 뒤 할리우드 차이니스 시어터 명예의 광장에 자신의 손자국을 남기는 월드 스타가 됐다.

차이니스 시어터는 핸드프린팅 대상자를 까다롭게 정하기로 유명하며 차이니스 시어터 앞마당 면적이 한정돼 있어 아시아 배우 최초로 손자국을 남겼다는 것은 분명 영예로운 일이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할리우드에서 손도장을 찍었을 때와 브루스 윌리스, 캐서린 제타존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이 출연한 <레드2>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 중 언제가 더 기뻤냐고 묻자 그는 1초의 망설임 없이 손도장이라고 답했다.

“와! 내가 핸드프린팅을 하다니…. <레드2>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10배는 더 기뻤어요. 내 인생에 이렇게 감격적이고 행복한 순간이 있었을까 싶었죠.”

◇ 엔딩크레딧에 찍힌 업적

이병헌은 1편인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 이어 <지.아이.조 2>에서도 스톰 쉐도우를 연기했다. 그가 맡은 스톰 쉐도우는 테러리스트 군단인 코브라의 부활을 이끄는 핵심 멤버이자 비밀 병기로 민첩한 몸놀림과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진 인물이다. 할리우드 세 번째 출연작인 <레드2>는 은퇴한 CIA 요원들이 다시 뭉쳐 유럽 전 지역에 있는 적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액션 코미디물이다. <지.아이. 조 2>에 이어 브루스 윌리스와 또다시 연기 호흡을 맞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레드2>를 통해 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업적을 쌓았다. 브루스 윌리스, 캐서린 제타존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이 출연한 <레드2>(8월 개봉 예정)의 엔딩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다섯 번째로 올렸다.

“<레드2> 촬영 첫 날 브루스 윌리스, 캐서린 제타존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이 다 있었어요. 대단한 배우들이잖아요. 그래도 그들의 기에 눌리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단 그들에게 쉽게 다가서려 했어요. 그들에게 ‘함께 사진 찍자고 할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하하.”

지금 생각해도 흥분되는 촬영 현장이었다. 게다가 브루스 윌리스와는 연이어 두 편의 영화를 촬영하며 각별한 인연까지 맺었다.

“친해졌다기보다는 저한테 특별히 신경을 써줬던 것 같아요. 만날 때마다 깍듯이 악수하고 고개 숙여 인사까지 해줬어요.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알고 있어서인지 항상 예의를 지켜줬죠. 또 함께 비빔밥 도시락을 먹으면서 영화 얘기도 많이 했어요. 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영국 프리미어 땐 <레드2>팀 때문에 정말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졌었어요. <레드2>팀을 초대했지만 기대는 안 했거든요. 근데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모두가 참석한 거예요. 저는 물론이고 거기 온 모든 사람이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생각해도 흥분되고 감사한 일이 벌어진 거죠. 특히 헬렌 미렌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서는 한 달 내내 <레드2> 촬영장에서 만날 때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얘기를 하더라고요. ‘연기 좋다. 좋은 작품이다’ 정말 귀가 닳도록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솔직히 인상이 차가운 편이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영화 얘기를 하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무서울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따뜻하고 엄마 같았어요.”

◇ 꿈보다 현재

할리우드 출연작 세 편 모두 그는 근육을 만들며 자신을 혹독하게 관리했다. 근육 하나를 키워도 콘셉트에 따라 크기를 만들 만큼 철저했다. 그는 <레드2> 촬영 시 찍은 상반신 노출 사진을 자랑했다.

“<레드2>에서 보여주는 상반신 근육은 <지.아이.조> 때보다는 잔근육이 많아요. <지.아이.조 2> 때는 복수를 위해 칼을 갈기 때문에 근육을 좀 더 강화해서 강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식사를 다섯 끼로 나눠 닭 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었어요. 정말 토할 것 같더라고요.”

때문에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뉴올리언스에 딱 하나 있는 한국 식당으로 곧장 달려갔다. 영화 내내 죽도록 참았던 식욕과 고향의 그리움을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독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현재에 충실한 배우다. 늘 계획과 꿈이 없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도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종 종착지는 할리우드가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할리우드를 두드려보고 ‘이게 뭘까?’ 궁금해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언어의 장벽이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저는 한국 영화 할 때 가장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쳐요.”

언젠가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아보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발언은 사람들이 내게 기대감이 더 많아지면, 그래서 내가 할리우드에 먼저 진출한 선배로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 같은 것을 이뤄놓는다면 뒤따라오는 후배들이 좀 더 수월하게 더 큰 것을 이뤄내지 않을까 싶어서 한 말이에요.”

이런 이병헌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바보 같은 질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10년 전에도, 지금도 꿈이 없다. 그 역시 계획이나 꿈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진 않았지만 현재에 집중했고 한 번도 쉰 적이 없으며 언제나 충실했다. 그러다 보니 한 번도 꿈꾸지 않던 할리우드에도 진출했고 그곳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회를 잡았다. 꿈은 없지만 바람은 있다. 관객들이 항상 궁금해 하고 작품에서 늘 보고 싶어 하는 배우, 그래서 늘 기다려지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INTERVIEW 홍정원 STYLIST 정윤기·김혜정(INTREND), HAIR 임철우(아우라) MAKE UP 김주희(아우라) 문의 김서룡 02-3444-3512 주느세콰 02-515-3151 쿤 02-548-45O4 버버리 프로섬 02-3485-6536 벨앤누보 02-517-5521 옵티칼 W 02-522-4343 우영미 02-3444-1730

directed by KIM JI YEON photographed by KIM YEONG JUN 레드 더블슈트 김서룡 , 화이트 프린트 셔츠 미셸 바스티 by 주느세콰, 오렌지 별 프린트 행커치프·화이트에 레드 포인트 슈즈·블랙&실버 프린트 선글라스·브로치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앳스타일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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