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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9 FRI
 
‘나의 최초’ 정윤기 “망가진 옷붙잡고 명동서 펑펑 울기도”

in the beginning

대한민국 슈퍼스타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 사진가 조선희.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 인정받는 이들의 시작은 어땠을까? 현재를 만들어준 주춧돌, ‘나의 최초’에 대한 이야기. EDITOR 김루비

패션왕을 만든 사소한 것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남자, 패션 테러리스트도 스타일 아이콘으로 변신시키는 ‘미다스의 손’. 스타일리스트이자 홍보대행사 ‘인트렌드’의 대표인 정윤기를 일컫는 수식어들이다. 국내 1호 남자 스타일리스트인 그는 1994년 광고 스타일리스트를 시작으로 그동안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스타들을 스타일링했으며, 굵직한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을 성공적으로 홍보해왔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지금껏 맡은 스타들의 스타일링이 단 한 번도 비슷했던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매번 그가 만들어내는 스타일은 독창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그 속에 항상 스타 개개인의 개성이 녹아 있다.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패션 아이콘을 창조할 줄 아는 힘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스타일링을 하기에 앞서 그 사람의 체형도 보지만 라이프스타일부터 살피는 편이에요. 가족의 마음이랄까. 그가 가진 성향과 개성을 파악한 다음에 패션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거든요.”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김혜수의 청룡영화제 레드 카펫 룩, 수애의 이름 앞에 ‘드레수애’라는 스타일리시한 닉네임을 붙여준 일은 이미 그의 유명한 일화들이다.

사실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천부적인 재능보다 발로 뛰면서 흘린 땀과 눈물의 공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홍보대행사가 없던 시절, 촬영용 의상을 구하기 위해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브랜드 본사, 디자인실을 일일이 찾아가 빌리고 반납하는 일은 다반사였으며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에 구하지 못한 액세서리는 직접 만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협찬 의상이 담긴 무거운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내린 비에 쇼핑백이 튿어져 망가진 옷을 붙잡고 명동 한복판에 주저앉아 펑펑 울던 일도 있었다.

“매번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맞닥뜨리죠. 일만 하는 것은 행복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오해, 편견, 질투를 겪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하루에도 열두 번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누군가를 아름답게 꾸민다는 행복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탐나는 그의 패션 감각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주 어려서부터 옷이 좋았고 누군가를 꾸며주는 게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만화를 좋아해서 월트 디즈니를 즐겨 봤는데 만화 속의 다채로운 캐릭터와 색채를 보면서 패션에 눈을 떴고 지금까지도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한 그만의 컬러 코디네이션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줬거든요. 나의 멘토라고 할 수 있죠.”

Q 당신의 처녀작과 에피소드.
브랜드 홍보는 베르사체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둘 다 한국에 론칭하면서부터 홍보를 맡은 브랜드다. 맨 처음 스타일링을 맡은 스타는 김혜수인데 <김혜수의 플러스 유>부터 함께했다. 100회 특집에서 입은 디올과 구찌 드레스는 지금 봐도 멋지다. 특히 그녀와 함께 했던 청룡영화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레드 카펫 드레스 문화가 정착이 안 됐을 때부터 이런저런 시도를 하느라 함께 고생을 많이 했다. 김혜수를 위해 외국에서 직접 드레스를 공수해 오기도 했고 주얼리 슈즈나 클러치백이 없으면 만들기도 했다. 덕분에 해마다 이슈가 됐고 지금의 레드 카펫 드레스 문화의 초석이 됐다고 생각해서 뿌듯하다.

Q 평생 잊을 수 없는 작업.
홍록기, 이혜영, 김혜수, 고소영, 수애, 전지현, 손예진, 한가인, 차승원,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아서 한 작업만 꼽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2AM의 임슬옹, 소녀시대의 유리, 제시카 같은 아이돌 스타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 박태환, 손연재와도 작업을 하고 있다.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전 세계에 K-패션을 알리고 싶다. K-팝 시장에 비해 아직 황무지인 것이 아쉽다. 우영미, 김연주, 오브제 등 내가 좋아하는 국내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더 많이 알리고 싶다.

Q 궁국적으로 어떤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은가?
언제나 부단히 노력하는 스타일리스트. 매번 새로운 트렌드와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Q 어떤 스타일을 시도해도 잘 어울려서 스타일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스타나 모델이 있나?
여자는 고소영, 전지현, 김혜수, 김희애, 한채영, 수애, 문채원. 남자는 정우성, 차승원, 장동건, 이정재, 최시원, 임슬옹 등 너무 많다. 다들 어떤 의상을 입어도 예쁘고 멋지게 소화한다.

Q 스타일링을 할 때 영감을 받는 것.
다양한 사물이나 만화, 영화를 좋아하고 그것들을 나름 재해석하고 상상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특히 만화는 이미 현실에서 패션이 되어버렸다. 퓨처리즘, 트로피컬 등 만화 속에 그런 코드들이 숨어 있다.

Q 당신이 사랑하는 패션 스타일.
화이트 셔츠와 재킷. 댄디하고 언제나 차려입은 듯한 인상을 주는 아이템들이다. 베이식한 스타일을 나만의 스타일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한다.

Q 정윤기에게 패션이란?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대상은 많지만 나만의 사랑을 드러내는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한다.

PHOTOGRAPHER 조선희(인물), 이종환(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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